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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만덕여사입니다. 오늘은 미생물의 보고인 메주속 발효 미생물에 대해 배워보는 것을 시작으로 영양학을 알아가는 첫 번째 걸음마를 떼려고 합니다. 함께 영양학을 탐구하는 여정이 즐거움으로 가득하길 바라며, 제 포스팅이 여러분들에게도 유익한 시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메주 속의 미생물
메주는 우리나라 장문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장이나 된장이 여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며, 고추장이나 청국장의 기본 원리는 메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해마다 초겨울이 되면 해콩을 삶아 절구에 찧어 목침 덩이만 한 덩어리로 만들어 잘 말리다가 어느 정도 굳기를 가지게 되면 짚으로 엮어 겨우내 방안에 매달아 둡니다. 메주에는 곰팡이와 세균이 붙어 자라면서 고약한 냄새를 내고, 겨울철에는 방문을 닫아두기 때문에 메주를 띄우는 일은 괴로운 일일 수도 있었지만, 일 년 내내 두고 먹을 기본 반찬을 만드는 중요한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짚에 묶은 메줏덩어리를 겨우내 몇 달 동안 따뜻한 방안에 매달아 두면 비로소 미생물들이 메주의 겉과 속을 채우게 됩니다.
메주는 그 크기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말리는 동안 겉은 습도가 떨어지며 공기가 잘 통하지만, 속에는 습도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으나 공기의 드나듦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메주의 표면에는 낮은 습도를 별로 상관하지 않는 곰팡이가 주로 자라게 되고, 그보다 조금 안쪽에서는 세균들이 주종을 이루며 살게 됩니다. 물론 메주의 깊은 속에서는 미생물들이 살지 못하게 되지만, 곰팡이와 세균들이 분비하는 효소가 침투하여 콩 단백질과 전분의 분해는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메주의 크기를 무한정 크게 할 수는 없는 것으로 마르면서 갈라지는 틈새로 미생물들이 고르게 자라면서 메주 전체의 콩 단백질이나 전분이 분해될 수 있는 정도로 만들어야 하는 숨은 원칙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가장 효율적인 발효라고 한다면, 삶은 콩을 절구에 찧거나 으깨지 말고 낱알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발효시키는 것이겠지만, 미생물이 충분히 발효를 일으키기도 전에 말라버린다면, 우리가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낱알로 된 메주를 보관하는 일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메주의 표면에 자라는 미생물들은 주로 바실러스 속에 속하는 세균들로서 전체적인 양으로는 곰팡이나 효모보다 훨씬 많습니다. 가장 많이 발견되는 바실러스 속의 세균은 고초균이라고 불리는 바실러스 서틸리스인데, 콩이나 짚과 같이 말라 있는 농작물에 많이 발견되는 균으로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프로데아제)와 전분을 분해하는 효소(아밀라아제)를 내고 있어 장 발효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메주의 발효조건
메주를 만들기 위하여 콩을 푹 삶는 것은 단백질이나 전분이 효소의 작용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역할에 해당하며, 제대로 삶아지지 않은 콩은 발효가 제대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메주 내부로 확산하는 효소들이 제대로 침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생콩에는 단백질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물질이 들어있습니다. 이것은 야생동물들이 콩을 많이 먹으면, 바로 이 물질이 작용하여 배가 아프고 설사하게 됩니다. 아마도 콩이 야생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작용의 하나로 생각되는데, 예전에도 메주를 만드는 날 아이들은 옆에서 절구에 찧어 놓은 콩을 맛있게 먹기는 하지만, 밤에는 화장실을 드나들게 되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발효가 제대로 된 후에는 이 물질의 효력이 줄어드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메주의 표면이 마르면서 곰팡이들이 피기 시작하는데, 이들은 주로 누룩곰팡이 속의 곰팡이들로서 주로 전분을 분해하는 아밀라아제를 많이 내고 있습니다. 아스퍼질러스 오라이지가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아스퍼질러스 플라버스도 발견되는데, 이는 발암원으로 알려진 아플라 톡신을 내는 곰팡이로서 한 때 외국의 학자들이 한국의 된장은 발암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여 깜짝 놀라게 한 일이 있었으나, 국내 학자의 연구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더운 방에 매달아 두게 되므로 메주는 서서히 마르게 됩니다. 그리고 균열이 생기면서 메주 속으로도 미생물들이 침투하여 들어가며 동일한 과정이 반복되어 일어나게 됩니다. 메주는 대체로 1달 이상 매달아 둡니다. 메주의 발효는 잡균이 들어가지 않았을 때 가장 잘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종종 발효에 관여하는 세균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제 기능을 나타내지 못하게 되면 그 해의 장은 맛이 별로 없습니다. 건강한 미생물들이 최적의 조건에서 자란 메주가 가장 좋은 메주가 되는 것입니다. 푸른곰팡이가 붙지 않고, 썩은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쪼개 보았을 때 가운데 속까지 고르게 뜬 것이 최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주를 반으로 잘라보면 여러 미생물의 군집이 층을 이루어 형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바깥층은 메주의 겉과 같은 색을 띠고 있고, 그다음 안쪽 층은 거무스름한 색깔의 층이 보입니다. 더 안쪽에는 하얀색 층이 보이며 가장 가운데 부분은 흰색으로 조금 덜한 거무스름한 색을 띠고 있습니다. 각각은 외부로부터 떨어진 정도에 따라 습도와 온도 그리고 산소의 공급 정도에 따라서 미생물 군집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렇게 나타납니다.
개량 메주
미생물학의 발전으로 메주를 띄우는 원리와 이에 관여하는 미생물들을 분석하게 되면, 메주를 가장 과학적으로 띄울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 따라서 보다 좋은 품질을 지니는 메주를 만드는 데에는 앞에서 설명한 모든 내용을 충족시키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일반 가정에서 메주를 만들고 거기에 어떤 미생물이 붙는가는 우연입니다. 간혹 원치 않는 미생물들이 붙어 장맛을 버리게 되는 것도 그 집 주부의 손에 달린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만드는 장이 맛이 없게 된다면 그 비난은 고스란히 주부의 몫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개량 메주는 메주의 발효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생물들을 골라 별도로 순수 배양을 한 다음 메주 제조에 참가해 주는 것입니다. 이른바 스타터를 넣어주는 것인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잡균의 오염에 의한 질의 저하를 막을 수는 있으나, 원래 조물주의 손으로 빚은 메주에 비하여 자연스러운 맛과 향을 가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미생물의 사회에서도 한 두 종료의 미생물이 오케스트라를 연주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개량 메주의 발효 기간은 재래식 메주에 비하면 훨씬 짧습니다. 또 효소의 분비가 왕성하여 발효의 효과가 높아 간장을 담글 때 많은 양의 아미노산을 낼 수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곰팡이는 누룩곰팡이라고 부르는데 좋은 맛과 향을 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밀기울에 번식시켜 사용하였습니다. 시판하는 것은 종국이라고 하는 형태로 제품화되어 있고,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를 내는 미생물도 들어 있는 제품이 있습니다.